[생각이 된다] [생각된다]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된다.
생각이 된다, 생각된다...
의학 논문들에서 정말 자주 보는 단어입니다.
저는 어느 논문이건 이 단어들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저를 다른 사람들이 더 이상하게 생각할 지 모릅니다.
예전 7,80년대 논문을 본 적이 있다면 아시겠지만,
그당시의 한문이 범벅된 의학논문들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변해왔다는 것은
논문에서 사용하는 '관용어구'들도 시대에 따라 변해간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봅니다.
'나는 A는 B라고 생각이 된다.' 를 '나는 A는 B라고 생각한다.'로 바꿔봅시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1자가 주니, 글도 간단해졌고, 어색하지도 않고, 뜻 역시 한번 더 생각할 필요없이 명료해졌습니다.
느낌도 달라졌습니다.
'생각이 됐던' 수동적이고 정중하고 조심스러운 의견 개진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같은 진취적인 기상을 뿜는 표현이 됐습니다.
(어찌보면, 당돌하고 싸X지 없어 보인달까요?)
scientific paper의 관점에서 본다면 전자의 표현이 맞는 걸까요? 후자의 표현이 맞는 걸까요?
저는 후자가 맞다고 봅니다.
이 표현은 아마도 영어와 일어의 수동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사생아에 가깝다고 봅니다.
예전 한국 사람들이 대화를 하며, 또는 문어체를 쓴다해도
"나는 밥을 먹어야한다고 생각이 돼."
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생각이 되는' 것은 누군가가 만들어서 퍼트린 표현.
초기 번역가던, 번역에 능숙하지 않은 누군가가 애매하게 번역을 하면서 만들어진 표현입니다.
거기에 생각을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하여 '생각한다'고 하면 될 것을
괜히 정중하고, 예의차린다는 느낌을 살려 '생각이 된다'고 표현하게 됐고,
이제 전 연구자의 '관용어구'가 돼버린 겁니다.
(왠지... 모난 돌이 돌맞는다... 라는 속담이 생각이 납니다. -_-; )
언젠가는 없애야할 우리가 모르는 의식과 논문에 남아있는 일제시대 언어의 찌꺼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