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 크룸로프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체스키 크룸로프는 나는 지금까지 두번 가봤다. 두번 모두 프라하 학회에 갔을때 다른 일행들과 왔었고, 그 중 한번은 가이드 투어를 이용해서 왔었다. 그래도 체코에 가면 지금도 체스키 크룸로프에 가고 싶고, 가능하다면 하룻밤을 자고 싶다. 언덕들에 둘러쌓인 물가에 수백년에 걸쳐 지어진 성과 아래 마을은 동화 속에 나오는 푸근한 중세의 성을 생각나게 한다.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주변 환경과 건물의 지붕들, 그리고 곳곳이 피어있는 꽃들이 머리 속에 박혀있다. 거기에 맛있는 식사와 술도 있다.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다가 해가 지면서 서서히 잦아드는 사람들의 소리, 그 자리를 메우는 정적 또한 좋다. 그래서 언제가 가족과 이 곳에 꼭 가보고 싶었다. 굳이 중부 유럽의 프라하를 겨울 여행지로 선택한 것도 그 소망과 관련이 있었다. 2024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 2일 전 우리는 체스키 크룸로프를 다녀왔다.
1. 가이드 투어가 필요할까?
가이드 투어를 했던 결과, 딱히 투어를 통해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딱히 인터넷이나 책에 나오는 설명과 다르지 않다. 이 성이 가진 아름다움과 명성에 비해 이 성의 성주는 그렇게 정치적인 영향력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가이드에게 딱히 설명을 들을 것이 없다. 또한 버스 타고 내리는 종착역이 바로 체스키 크룸로프 입구다. 그러니 그냥 버스를 타고 가자.
2. 당일치기 일정
체스키 크룸로프는 flexi-bus를 타고 가면 된다. 당신이 체스키 크룸로프에 처음 가고, 당일로 다녀온다면, 이렇게 예약하면 된다.
8시 혹은 9시: 출발
10시 혹은 11시: 도착 및 관광 시작
~오후 2시까지: 성 아래 마을 관광 및 식사
오후 2시~4시: 성 관광
오후 5~6시: 목적지로 출발
3. 버스 타기
우리는 버스를 프라하 중앙역(Praha hlavní nádraží)에서 탔다. 프라하 중앙역의 입구로 들어가면 사방이 뻥 뚫린 엘레베이터 2개가 양옆으로 보인다. 둘 중 아무거나 타고 맨 위층으로 올라간다. 엘레베이터에서 나오면 중앙역 주차장이 있다. 여기에 4번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 운전사가 바깥에 나와 있는데 표를 보여주고 탑승하면 된다. 그리고 2시간동안 쉬면 체스키 크룸로프에 도착한다.
4. 체스키 크룸로프 돌아보기
12월 23이면 많이 추울 것 같은데, 초겨울 잠바만 입고 갔는데도 그렇게 춥지 않았다. 기온은 영상 2~3도 정도였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더 따뜻하게 느꼈을 수도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은 대부분 봄부터 가을까지가 많다. 그래서 다들 총 천연색의 생기넘치는 풍경만 보인다. 덴마크에서 3개월 동안 흐린 날만 겪다보니 맑은 날과 흐린 날, 여름과 겨울의 차이가 너무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때마침 우리가 가는 날도 흐렸다. 그래도 겨울 체스키 크룸로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결론은 겨울 체스키 크룸로프는 그래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은 다 아는 거지만, 카메라에는 각종 색상 필터 기능이 있다. 이 기능으로 촬영자의 의도에 따라 사진의 색감을 조절한다. 신기했던 것은 누군가가 체스키 크룸로프의 모든 색깔에서 채도를 낮춰 화사한 색감을 없애버린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마치 카메라의 '네거티브 모드'를 사용한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알고 있던 체스키 크룸로프의 무채색 버전을 보는 느낌이었지만, 이것 또한 매력 있었다.
5. 체스키 크룸로프의 크리스마스 마켓
체스키 크룸로프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스보노스티 광장(Nám. Svornosti)에서 열린다.
광장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그런지 마켓도 그렇게 크진 않다. 약 20개 정도의 점포가 있었던 거 같다. 크리스마스 과련된 소품과 선물, 크리스마스 간식 거리과 따뜻한 와인과 술들을 진열해 놓고 핀다. 놀랍게도 광장 한 켠에 회전목마도 있다. 그런데 이 작은 회전목마는 주인이 직접 손으로 돌리는 수동 방식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진면목은 오후 4시가 넘어가서 시작된다. 날이 어두워져가면 갑자기 모든 마을의 크리스마스 장식에 불이 들어온다. 원래도 저녁의 마을과 성의 조명이 매력적이었지만 여기에 크리스마스 조명이 더해지면, 상상 속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든다. 저녁에 주점과 식당 아니면 할 것이 없는 것이 아쉽겠지만 크리스마스를 가족, 연인과 조용히 쉬면서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뜻 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