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사는 사람들은 해외 여행을 간다고 할때 go abroad라는 표현을 쓰기 어색할 것 같다. 유럽 내 지역이 ’생게조약‘으로 묶여 있으니 비행기를 타고 ‘출국절차’를 밟지 않는다. 그래서 이집트로의 여행에서 오랫만에 출국을 하게 됐다.
비행기를 예약하려면 골치 아프다. 공항이 많고, 각 공항마다 때되면 특별히 할인되는 비행기가 있다. 예를 들면 ’올보르-런던‘ 비행기 가격이 2만원일 때도 있다. 그러니 여러 공항을 통한 동선을 짜보고, 시간, 비용, 일정을 비교해 최선의 비행기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비행기 예약이 여행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번 여행이 그랬다. 그러나 여러모로 비교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 결국 정통적인 방법인 ’코펜하겐-카이로‘ 직항편을 타기로 했다.
올보르에서 오전 8시에 기차로 출발해 12시 30분에 코펜하겐 공항역에 도착했다. 내 생각에는 유럽에서 최고의 이동수단은 버스, 비행기보다 기차다. 기차는 언제나 가성비와 아늑함을 안겨준다. 기차에서 느긋하게 충전해가며 인터넷을 즐기고, 책을 읽다보면 목적지에 도착해있다.

공항에 도착해 준비해온 삼각김밥을 먹고 집을 수속한다. 이번 비행기는 ’이집트 에어‘인데, 온라인 티켓을 가져왔어도, 자동으로 수화물을 부칠 없어 카운턴에 가야한다. 특이하게도 온라인 티켓이 있지만, 다시 종이 항공권을 출력해줬다. 나중에 출발할 때까지 결국 종이 항공권을 썼다.
혹시나 했지만, 3시 45불 출발이었던 비행기에 탑승한 것은 4시 30분이 넘은 시각이었다. 그동안 물조차 주지 않은 비행기를 타다보니 무료로 콜라를 주고, 저녁 식사를 주니까 되려 어색하다. 심지어 식사 데우는 냄새가 좋았던 것도 처음이었다.


9시경 비행기는 카이로에 내렸다. 그리고, 이때부터 의심했던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도착 비자를 사야해서 기다리고, 출국 심사를 받고 나와 짐을 기다렸다. 세관 구역도 통과해야 했다. 한국처럼 당연히 이동통신사가 바깥에 있을 줄 알고 나왔더니, 이동통신사 지점은 baggage claim 구역에 있단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 SIM 카드를 사서 나왔다.

마음이 급해 아내 SIM 카드는 사지 않고 나왔다. 그러나 심카드는 가능하면 공항에서 사는게 좋겠다. (터키는 공항이 비싸다!) 이집트에서는 SIM 카드도 흥정해야 살 수 있었다. 그래도 공항보다 비싸다.
약간의 돈을 ATM에서 출력해서 나온 것이 오후 11시. 온갖 상인과 택시기사들이 말을 붙이며 흥정을 시도한다. 이게 대부분 비싼 것을 안다. 우버로 시내에 들어갈 차를 잡았다. 우버 기사가 10분 거리에 있는데, 게속 메시지를 보낸다. 현금으로 해야 한다며 협상을 하는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이 나라는 이것이 정상이구나.’ 그래서 더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실제로도 대부분 택시, 우버들이 현금을 받는다. 심지어 일반 호텔도 현금을 받는다. 그러니 혼자 카드가 안된다고 마음 상할 필요 없다. 나도 편하게 가격을 부르면 되겠다. 우버에 뜬 표준 가격은 230, 450을 300에 깎고 딜이 성사되자 차가 우리를 향해 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없나보다. 특별한 일 없이 시내로 차는 달렸다. 차는 우리나라에서 가져온 현대 아반떼 중고차다. 차량 LCD에는 한글이 적혀 있지만 기사는 그게 뭔지 모르는 눈치였다.

숙소는 타흐리드 광장에 있었다. 광장은 으리으리했고 많은 5성급 호텔과 박물관들이 둘러싸고 있어 휘향찬란했다. 한국으로 비교하면, 서울광장에서 광화문 광장에 이르는 길 느낌이었다. 그앞에 4성 급 호텔인데 8만원짜리 숙소가 있었다. 에라. 그러면 그렇지. 수십년 된 오래된 건물의 3,4층을 빌려 호텔이라고 하는 것이다. 다행히 올해 초 리모델링 되어 깔끔한 편인데, 느낌상 불나면 탈출 못할 건물이었다. 다행히 불이 날 일은 없었고, 편히 잘 수 있었다. 그리고, 숙소예약사이트에 선의로 가득한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자고 싶었는데, 이 나라는 일반 가게에서 술을 팔지 않는다. 그래도 주류 상점에서 술을 살 수 있는데, 수도 임에도 불구하고, 주류 상점을 찾기 힘들어서 놀랐다. 어느 정도냐면 태반의 사람들이 alcohol, beer 라는 말을 못알아 듣는다. 안다고 하더라도 상점이 어디있는지 모른다. 그래도 구글지도에 없는 주류 상점을 어찌어찌 찾아내 술을 살 수 있었다. 두캔을 마시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