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부활절 휴가를 맞아 나는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야할지 고민했다. 아이들과 가는 여행의 선택지는 대부분 비슷하다. 너무 위험해도 안되고, 너무 힘들어도 안되고, 너무 덥거나 추워도 안된다. 양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하며, 충분히 쉴 수 있어야 된다. 이런 선택지를 찾다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많이 간 유명한 관광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또 많은 인파 속에서 아이들이 지치는 상황이 생긴다. 결국 대부분 사람들은 휴양지를 선택하게 된다. 주변 친구나 가족들도 모두 비슷한 의견이다. 그러다보니 휴양지가 아닌 곳을 가면 엉뚱한 고생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가족여행지로 이집트, 요르단을 선택했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은 요청하지 않은 걱정을 해주기 시작했다.
‘왜 사서 애들을 고생시키냐?’
‘거기가서 애들 다치면 어쩌나?’
‘사람들 거치고, 사기도 치는 것 같은데, 감당할 수 있나?’
나라도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행을 끝낸 지금 결과적으로 이집트-요르단 여행은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이 되었다. 여행 이야기를 이제 풀겠지만, 그래도 다른 여행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이번에 정리해본다.
1. 흔하지 않은 곳, 사막 그리고 바다.
그간 다녔던 휴양지는 대부분 아름다운 바다와 수영장이 있는 곳들이었다. 산에 간다고 하더라도 힘든 곳에 가지 않았다. 로마나 이스탄불, 프라하 같은 유럽과 아사아의 도시 여행은 대부분 예상할 수 있는 코스와 동선이 이미 짜여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환경은 다르다. 일단 사막이 있는 국가들이었다. 어느 날은 사막을 버스로 가로질렀고, 어느 날은 트럭에 타거나 직접 운전해서 사막을 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나일강의 배투어도 마음에 들었다.
사해의 바다는 다른 바다와 분명히 달랐다. 바다 반대편에 다른 나라가 있었고, 황량해 보이는 곳이지만 아름다웠고, 소금 농도만큼이나 깊은 역사가 있었다. 이름조차 낯선 홍해의 바다를 보기 위해 5시간 차를 달려야 했다.
유럽에 사는 아시아인으로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을 접하는 아이들은 흥미로워했고, 나 역시 꿈꾸지 않았던 곳에 갔기에 더 즐거웠다.
2. 예상 못한 사람들
아시아나, 유럽이나 다니다보면 대략 그 나라, 그 지역 사람들의 외부인에 대한 호감도나 친절함에 차이가 있긴하지만 눈에 드러나게 보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러니 사용하는 언어만 다를 뿐, 상점 주인이 해야할 말은 어디나 같다. 그러나, 이집트, 요르단을 동시에 돌아다니게 되면 두 나라 사람들이 유럽과 달라서 당황스럽고, 또 두 나라 사람 조차 너무 달라서 당황했다. 사람들은 이집트의 호객행위가 부담스럽다고 하지만 나는 별로 신경쓰이진 않았다. 하지만 명백히 주머니를 털고 싶어하는 ‘빌런’들이 눈에 보이니 아이들조차 엄마, 아빠의 편이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괜찮았다.
3. 모험
학교 다닐 때, 그레이엄 핸콕이 쓴 ‘신의 지문’에서 피라미드에 관한 내용과 사진을 본 적 있다. 다른 책에서 투탕카멘2세의 저주가 나온 ‘왕가의 계곡’은 일반인이 아직도 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았다. 인디아나존스3에 나온 페트라는 가기 힘든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찾아보니 이곳들은 모두 내가 갈 수 있는 곳들이었다. 그리고 그 곳들은 아이들에게 ‘모험’을 간다는 생각을 들게하기 충분했다.
4. 가격
무엇보다 이곳들을 다닐 때 물가가 쌌다는 점도 좋았다. 유럽 사람들이라면 한국 사람들이 동남아시아행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도 싼 가격에 갈 수 있다. 렌터카, 숙소비, 식사비 역시 싸다. 물론 돌이켜보건데, 정보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비싼 투어비용을 썼던 것들이 있다. 그것까지 함께 정리해보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