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Denmark

덴마크에서의 첫 식사 준비, 중고거래, 그리고 kiwi

오해 2024. 8. 30. 04:42

덴마크에서 첫 식사 준비 : 스파게티 

 

 아침에 필드에 다녀올 계획은 여전했고, 오전 5시 반부터 눈을 떠서 뒤척이다 일어났다. 나갈 준비를 마쳤는데 아내가 머리 아픈 것이 낫지 않았다고 한다. 어제 오전부터 불편해 했고 그래서 약을 먹고 자면 나아지리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나아진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서둘러 나가지 않겠다고 연락을 하고 집안 일을 도왔다. 아침의 집안일이야 아이들 도시락 싸는 것에 심부름 하는 것이 전부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아내는 다시 자고, 나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은행 계좌와 수납 문제로 끙끙거렸고, 이스탄불 여행 항공 건으로 오전을 다 보내버렸다. 오전을 의미없이 보내며 한 생각은 ‘ 앞으로 라이언 항공도 안타겠다, Kiwi.com 같은 저비용 항공권 사이트는 더 피하고, 삭제해 버리겠다’는 거였다. 자가환승이라는 멋들어진 용어를 사용하지만, 결국 환승권 안내 역할 밖에 하는 것이 없다. 체크인이 되지 않아 항공사 사이트는 개별적으로 가입해서 다시 모든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고, 심지어 kiwi에서 알려준 예약번호로는 체크인도 못하고 당일 공항에서 발권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환불의 책임은 서로 떠 넘길 것이고, 내가 물어본 문의도 대충 넘어갈 것이다. 얘네들은 그냥 수수료만 떼가는 방납업자와 비슷하다. 

 

내가 체크인을 하려고 보니 되지 않는다고 문의를 kiwi에게 넣었더니 하루 만에 돌아온 대답은 ‘네 개인정보가 소중해서 알려줄 수 없다’는 거였다. 이런 황당한 답변을 하는 곳이다. 내가 한국의 옥탑방에서 살았던 것이 맞나 보다. 이런 방납업자가 인터넷에 떳떳히 영업하고 있는게 그걸 몰랐다니... 해결 방법은 그냥 안내문을 읽고, 다른 항공권 안내와 다르니 결국 당일 공항에서 처리하라는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돌아오는 항공기는 스스로 자가환승을 택해서 예약했다. 오히려 이게 더 쌌고, 내가 생각하는 환승시간을 따져 표를 끊었고, 체크인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오후가 되니 애들이 돌아왔다. 오전에 중고tv를 사고 싶어서 facebook market으로 한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문제 없으니 오라고 문자가 왔다. 그래서 부랴부랴 차를 빌려 그곳까지 가지러 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첫 덴마크 중고거래였다. facebook 정보와 연동되다보니 개인정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한편 그 사람의 정보가 노출되어 있으니 더 신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50kr (5만원)에 업어온 TV, 2010년산.

돌싱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집 앞에는 온갖 아이들 장난감들이 놓여 있어 젊은 아이 엄마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나이들어 보이는 여자와 덩치큰 개 2마리가 튀어 나왔다. 대부분의 중고거래가 그렇듯 간단한 정보와 설명, 약간의 선의가 곁들여진 대화를 영어로 나누고 아무렇지 않게 집에서 돌아나왔다. 미묘한 느낌이다. 

 

집에 돌아와 tv를 설치했더니 생각보다 잘 나온다. 다행이다.

 

다음은 저녁을 준비했다. 스파게티 소스와 다진 고기, 스파게티 면을 사와서 준비해놓고 조리했다. 사실 스파게티는 처음 해보는 음식이다. 아내가 아파서 누워 있는 김에 애들 저녁을 해주리고 했고, 최근 눈여겨보고 있던 음식이었다. 유학을 오면 꼭 식사를 준비해보고 싶었고, 조리를 배워보고 싶었다. 조리하며 먹어본 소스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차려낸 스파게티를 아이들은 다 먹더니 한 번 더 그릇에 담아 먹었다. 아내도 맛있다고 했다. 의외의 감동이 찾아왔다. 얘들아 앞으로 1주일에 3번은 스파게티야... 

 

저녁을 먹고 베란다에서 노을진 풍경을 벗삼아 와인을 마셔보기로 했다. 오늘 낮은 25도까지 올라갔는데 바람이 불지 않아 무더웠다. 하지만 저녁 바람은 선선하고 눅눅함이 없어 상쾌했다. 저녁 10시가 넘어가던 해지는 시간은 이제 9시 언저리까지 내려왔다. 이런 비바람 없는 날의 저녁 노을은 소중하다.   어쨌든 오늘 하루는 잘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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