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유럽 내 비행기 가격이 일제히 올라갑니다. 유럽사람들은 1년을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기 위해 보내는 것일까요? 12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 비행기 가격이 3배 이상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주변에 물어보니 다들 휴가 가느라 일이 안되다 합니다. 그리고 학교의 겨울 방학은 없지만 크리스마스 휴가는 있습니다. 휴가라지만 주말을 더하면 대략 2주정도 기간이 나옵니다. 이때 다들 여행을 가더군요. 당연히 나도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마침 나에겐 유레일 글로벌 패스가 있었습니다. 쓸 기회가 없어 취소를 고민했는데 기회가 생긴 겁니다. 대학생들이야 배낭 여행때 잘 쓰겠지만 가족과 갈 때 좀 다르겠죠. 유레일 패스에 대한 인터넷 정보 만으로 채워지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용 방법을 뺀 제 경험과 의견, 팁을 정리해봅니다.
1. 대학생 때와 가족 여행은 다르다.
유레일 패스의 장점은 '가성비' 입니다. 대학생 입장에선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지금 덴마크에서 체코 프라하로 가고 있습니다. 이걸 유레일 패스없이 2등석(1.5일, 3번 갈아탐)으로 사면 26만원이고, 유레일패스 소지자는 자리 예약을 안하면 무료, 예약시 4만원만 내면 됩니다. 1달4일 이용 패스를 30만원에 샀거든요. 앞으로 많이 타면 탈수록 싸지는 효과가 납니다.
다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 여행이라 딸린 식구들이 많고, 짐도 많은데, 비행기 2시간 거리를 8시간, 3번씩 갈아탄다면 고민의 여지가 생깁니다. 물론 공항에 오가는 비용과 탑승수속을 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2시간이 아니라 5시간 이상을 잡아야하죠. 그래도 하루 종일 기차를 타는 것도 힘들기는 합니다. 그래서 아이키우는 입장에서 유레일 패스는 3~5시간 걸리는 국가간 이동 때 만 유용해 보입니다. 국내선 기차들은 대부분 가격도 쌉니다. 이탈리아는 기차표가 싸서 유레일이 필요없더군요. 덴마크-독일-체코-오스트리아.... 이런 식의 여행을 할때 더 유용한 것 같습니다.
2. 유레일 패스- 1등석, 2등석의 의미
싸다고 해서 사놓기는 했는데, 좌석이 지정되지 않는 패스에 1,2등석이 무슨 소용인가 생각했습니다. 표에 찍혀있는 1등석 이라는 말도 이해가 안가고요. 그런데 직접 타보고 나니 이해가 갔습니다. 유레일 패스 2등석의 의미는 ‘너는 기차 2등석 자리에 않아도 돼. 단, 예약좌석은 빼고’ 입니다. 그러면 1등석은 ‘너는 1,2등석 아무데나 앉아도 돼. 단 예약 좌석은 빼고’ 였습니다.
Rail planner에 일정을 넣어두면 맘대로 타도 되는 자유이용권이 되는 겁니다.
3. 자리 예약의 필요성
이건 오늘 경험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유레일 패스를 활성화 시키는 건 문제 없지만 자리 에약을 권장하는 문구가 나오는 기차가 있습니다.
이 구간은 사람들이 많으니 앉아가고 싶으면 표를 끊으라는 의미였습니다. 실제로 그렇더군요.
예약하면 좋다고 하니 예약을 했습니다. 어떤 기차는 2등석만 예약할 수 있어서 2등석으로 예약했습니다.
뭔가 이상하죠. 유레일패스 1등석에 자리 예약은 2등석 이라니.
기차를 타고 2등석 자리에 있으니 검표원이 다가와 표를 확인합니다.
예약 좌석표를 보더니 다시 유레일패스를 달라고 합니다. 확인한 검표원은 당신은 유레일패스 1등석이고, 1등석 자리가 비어 있으니 가면 된다고 알려줬습니다. 차랑 커피, 과자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힙니다. !!! 실제로 가보니 북적거리는 2등석과 달리 텅텅 비어있습니다.
음... 2등석 자리를 예약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그래도 인당 8000원 수준).
함부르크행 기차로 갈아탈 때 궁금했습니다. 이번에도 1등석이 비어있을까. 기차에 1등석을 예약해뒀지만 대도시로 가는 기차도 한가하게 갈 수 있다면, 다음에는 자리 예약이 필요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기차는 달랐습니다. 1등석은 빈자리없이 꽉꽉 차있더군요. 이걸로 몇몇 추측이 가능해졌습니다.
유레일패스 1등급
- 작은 도시 간에 기차 이동: 자리 예약 안해도 1등석에 가면 됨
- 큰 도시로/부터 기타 이동: 자리 예약해야 1등석 앉을 수 있음. 2등석 예약 안하면 '입석'표 가능성 높다. <수정> 그런데, 상황에 따라 다르다. 리스본-파로(Faro) 노선은 '예약을 해야 한다'고 떴음에도 실제 1등석은 텅텅 비어 있었다. !!
유레일 패스 2등급
- 1등석 못 감
- 자리 예약 안하면 '입석'표 가능성이 높다.
3. 종이티켓 필요없음
홈페이지는 두가지를 챙기라고 합니다. 유레일 패스 앱, 자리 예약, 필요하면 종이 티켓... 헷갈리는데, 그냥 앱만 있으면 됩니다. '유레일 패스' 부분만 보여주면, 좌석표는 보지도 않습니다.
내가 만난 검표원도 이 화면만 찍어보더니, 자리 예약표를 보지 않고 바로 1등석으로 가면 된다고 하더군요.
홈페이지에 나온 전자/종이 티켓에 대한 복잡한 설명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다만. 이 것은 덴마크,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칼, 체코 에서의 경험이니 일부 국가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또.기차에서 하필 네트워크가 끊기면 당황할 수도 있으니 문서를 찍어놓아도 좋겠죠)
4. 인터넷과 앱 유레일패스는 다르다
이건 가장 황당했던 경험입니다. 실제 기차 노선이 인터넷으로 보면 다 나오고 예약을 잡을 수 있는데, 앱에서는 이걸 늦게 보여줍니다. 12월 16일 기차편이 11월 20일이 돼서야 뜨더군요. 크리스마스 특별 열차편 때문에 고민하다가 인터넷에 거의 1년치 스케쥴이 나오는 걸 보고 그때 이해했습니다. 유레일에 문의를 하니 이번이 어쩌다 그렇게 됐다고 합니다.(내막 잘 모름)
그러니 예약을 해야 하는데 앱에서 스케쥴이 안나온다면? 홈페이지에서 해야합니다.
또 하나, 홈페이지에서 my trip, my pass 를 만들고, 표를 예약해도 앱에 반영 안됩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해 놓은 걸 바탕으로 해서, 앱에서 기차 스케쥴이 업데이트 된 후, my trip을 만들고, travel day에 추가하면 됩니다. 기차예약표만 따로 챙기면 되는 겁니다. (메일 혹은 PDF로 다운 받아서)
결론적으로 앱의 기차 스케쥴이 안나오면 홈페이지를 본다, 홈페이지와 앱은 서로 연동이 안되니까, 스마트폰 앱도 trip, pass를 만들어야 한다.
5. 홈페이지 결제 문제
유럽 기차가 이상한 건 일단 예약을 걸면 취소해도 환불 안합니다.
더 이상한 건 홈페이지 문제라도 안해준다는 겁니다.
처음 기차 예약하고 결제를 하는데 5분 간 버퍼링이 걸리며 예약이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이라면 이건 안되는 상황이 확실하죠. 그래서 다른 웹브라우저에서 결제를 해서 성공했는데, 결제는 두 건이 되어 있더군요. 전에 시도했던 것이 수십분이 지나 성공한 겁니다. 유레일에 물어보니 돌어온 답... '우리는 홈페이지에 경고표시했다. 30분 이상 기다릴수 있다고(?)'
유럽 기차는 취소하면, 돈 안돌려줍니다.
유럽에서 예약하는 것도 버퍼링이 걸리니, 한국에서는 더 조심하십시오.
6. <추가> 포르투칼에서 자리 예약하기
유레일 패스에서 포르투칼 예약사이트로 안내하지 않습니다.
직접 창구로 가야 한다고 설명이 나옵니다.
포르투칼 철도청 홈페이지에서 표를 예약할 수 있지만, 이 사이트에서는 '유레일패스' 이용자 항목이 없으니 그냥 표를 사는 겁니다. 그래서 역 창구로 가야 합니다.
실제로 역 창구에 가서, 위에서 나온 유레일패스를 보여주자 바로 표를 만들어줬습니다.
단, 일찍 가는게 좋습니다. 역의 창구에서 직접 발권해야하는데, 기다리는 줄이 생각보다 있습니다. 저는 40분 전 도착했는데 25분을 서 있어야 했습니다.
몇년 간 유럽에서 기차를 탈 때마다 혼란스러웠습니다. 잦은 연착, 레벨, 나라마다 다른 구조의 기차와 안내 표시, 소소한 검표, 복잡한 이름까지... 이번 여행을 위해 여러번 고생하다보니 조금씩 적응되어 가는 듯 합니다. 소소하누정보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