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내 투어의 마지막은 판테온 신전이었다. 영화 ‘다빈치 코드’에 나왔던 곳이기도 하다. 로마에 관심이 없던 때라 신전이 있는 곳인지도 몰랐지만, 그 이후 궁금하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판테온 신전 앞은 정말 사람들이 많아서 걷기도 힘들었다. 어디가 입장을 위한 라인인지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작은 광장에 사람들의 말소리이 울렸다. 성 베드로 성당 입장문 만큼 사람들이 북적였다. 그래도 가이드들은 능숙하게 사람들을 헤치며 길을 안내해 주었다.
판테온은 고대 로마 건축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건축물이다. 처음에는 기원전 27년경 마르쿠스 비푸사니우스 아그리파(Marcus Vipsanius Agrippa)에 의해 건설되었으나, 이후 여러 차례 화재로 소실되었다. 현재의 판테온은 하드리아누스(Hadrian, 117~138년 재위)황제가 2세기 초에 다시 건축한 것이다.
정면에는 그리스 신전과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는 포르티코(Portico, 현관 구조)가 있다. 8개의 거대한 코린트 양식 기둥이 서 있으며, 기둥 뒤에 중앙 돔을 감싸는 원형 건물이 이어진다. 기둥은 이집트에서 가져온 화강암으로 만들어졌으며, 한 개의 기둥 높이는 약 11.8m이라고 한다.
포르티코의 현판(라틴어 비문)은 판테온의 역사를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M·AGRIPPA·L·F·COS·TERTIVM·FECIT"
이는 라틴어로 **"Marcus Agrippa, Lucii filius, consul tertium fecit"**의 약어이며, 뜻은 다음과 같다.
"마르쿠스 아그리파, 루키우스의 아들이자 세 번째 집정관이 이 건물을 지었다."
이 문구는 판테온의 최초 건축자인 아그리파의 이름을 기리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존하는 판테온은 아그리파가 아닌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재건한 것이므로, 이는 과거의 업적을 기리는 방식으로 새겨진 것이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황제가 재건했지만 원 제작자의 이름을 현판에 새긴 것도 한국인 입장에서는 특이해 보인다.
로마의 판테온 신전은 원래 모든 신을 모시는 만신전의 목적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석재로 재건축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웅장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판테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돔 구조다. 판테온의 돔은 고대 로마에서 가장 큰 돔 구조물로, 직경 43.3m에 이른다. 돔 중앙에는 어큘러스(Oculus), 지름 9m라고 불리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 지붕을 지탱하는 키스톤(keystone, 중심 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고 거의 2천년을 버텨왔다. 이는 로마 콘크리트(Roman concrete) 기술과, 돔을 만들 때 위쪽으로 갈수록 가벼운 재료(화산석과 부석)를 사용한 건축 기법 덕분으로 추정한다. 이 돔의 건축 기술과 비밀은 여전히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 돔에 대해서는 이전과 후에도 각지에서 계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야 소피아를 만들때에도 판테온을 참고했다고 한다. 피렌체의 두오모의 돔을 올릴 때에도 Filippo Brunelleschi는 방법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아이디어를 판테온에서 얻어 왔다고 했다. 성 베드로 성당도 마찬가지다. 고대 건축기술과 과학이 중세보다 얼마나 우월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큘러스를 통해 빛이 들어오며, 때때로 비도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내부가 젖지 않도록 바닥에는 정교한 배수로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실내 공간은 늘 쾌적한 상태를 유지한다.
현재 판테온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성당이자 무덤의 역할도 한다. 이곳에는 이탈리아 통일을 이끈 왕족이 묻혀 있다. 빅토리오 임마누엘 2세와 그의 부인 마르게리타 왕비, 그리고 후계자인 움베르토 1세가 이곳에 안장되어 있다. 특히 마르게리타 왕비는 이탈리아의 상징적인 음식인 마르게리타 피자와도 관련이 있다. 그녀는 나폴리를 왕족 중 최초로 방문한 인물이며, 이때 나폴리의 피자 장인들이 이탈리아 국기(빨강, 흰색, 초록색)에 맞춰 피자를 만들어 바친 것이 마르게리타 피자의 유래라고 한다.
또한 판테온은 위대한 예술가 라파엘로의 무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였던 그가 이곳에 안장되었으며, 그의 예술적 위업을 기리는 장소로도 의미가 크다. 시간에 따라 계속 햇빛이 움직여 가는 것이 신비했다.
판테온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빛나는 고대의 건축과 과학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