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날씨가 흐립니다. 날도 흐리고 기온이 좀처럼 높지 않으니 할 수 있는 활동에 조금씩 제약이 생깁니다. 이런 날은 집에서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여기 함께 계신 교수님과 책을 쓰기로 하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가 문득 환경을 바꿔보고 싶어 생각하다 도서관에 가기로 했습니다.
간단히 여기 도서관을 살펴볼까요? 3개월 전 도서관의 존재를 알고 찾아가 보았을 때 도서관을 찾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지도에 나온 도서관이 꽤나 커보였는데도 그랬죠. 알고보니 Magasin 이라는 큰 쇼핑센터에 바로 붇어있었고, 차량 지나는 터널 위에 지어졌는데 좌우로 길이도 길어 입구를 찾지 못한 거 였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크리스마스 전구들을 입구에 붙여놨네요.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고급스럽게 보이려는 저렴함이나 관료적인 경직성이 배제되어 있는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냥 아늑한 우리집의 거실 도서관에 들어선 그런 느낌이 듭니다. 책 배열 자체보다 책을 읽는 공간의 탁자와 의자가 다릅니다. 사진에도 네모 탁자, 둥근 탁자가 보이지만 도서관 내에 있는 의자들은 안락의자, 기능성의자, 소파의자 등이 섞여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못봤던 소파의자에 파묻혀 책을 읽는 때 행복감은 꽤나 괜찮지요. 그 외에도 몇 사람들이 함께 들어가서 칙을 읽을 수 있는 공간들도 있습니다. 젊은 고등학교 아이들이 그 안에서 책을 보고, 노트북을 하고, 과자를 먹다가 더러 잠도 자는 것을 봅니다. 한국이면 무슨 짓이냐고 하겠지만, 상관없습니다. 시험 공부를 하러 온게 아니라 말 그대로 자료를 찾거나 도서관에서 책보고 놀러 온 아이들이거든요.
무엇보다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은 여기서는 도서관에서도 떠든다는 겁니다. 다만 한국의 카페 같이 웃고 떠드는 정도는 아니고 두런두런 일상적인 톤으로 대화를 나누고, 먹기도 하고, 전화도 합니다. 물론 톤 업이 되는 것은 알아서 조심하긴 하지만, 한국 같이 숨소리 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으니 도서관 안에서 돌아다니는 데에 불편감, 압박감이 없어 더 편하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파에 파묻혀 책도 읽다가, 전화도 하다가, 인터넷도 하다가 커피도 마시면서 시간을 즐깁니다. 심지어 도서관이 닫는 시간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저녁 9시.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그냥 '책'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만 가지고 모여 있는 겁니다. 이런 분위기가 그런지 도서관은 지역사회 모임 공간으로도 쓰입니다. 시에서 여는 요란하지 않는 행사는 도서관 본층에서도 엽니다. 누군가 책 볼 놈은 알아서 책을 보는 거고, 행사를 할 사람들은 본층에서 마이크를 놓고 행사를 하는 거지요. 한국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상상하기 힘듭니다.
여러 강의 공간, 체헝 행사용 공간도 있지만, 내가 놀랐던 것은 게임방이었습니다. 여기서 보드 게임을 떠들면서 할 수도 있고, 집에 빌려갈 수도 있습니다. 일반 책 대여하는 것처럼 바코드만 찍으면 가져갈 수 있는 거죠. 그것보다 각종 콘솔 게임과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콘솔 게임 타이틀은 대여도 가능 합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대기가 없습니다. 하고 싶을 때 알아서 하라고 하니 오히려 하지 않는 분위기? 그래서 원하면 몇 시간이고 게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만일 한국이었다면? 이게 가능할까요?
어린이 도서관은 길쭉한 건물의 외딴 곳에 길쭉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역시 분위기는 자유분방합니다. 아이들도 맘대로 떠들 수 있고, 뛰어 다니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부모가 먹을 것을 싸와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아닙니다.
음악, 영화를 빌려 주는 것도 여기저기 있습니다. 3층 전체에 고루 퍼져 있는데, 오늘 내가 있으려 한 곳은 음악 감상하는 곳 옆 테이블이었습니다. 2층에는 이렇게 넓다랗게 공간이 만들어져 있고, 사람들은 느긋하게 않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또 하나 '크리스마스' 관련 공간은 1년 상시 내내 운영됩니다.
2시간 동안 작업을 하고 나왔을때 밖은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했지만, 사람들은 계속 들어옵니다. 조용한 한국의 도서관도 매력이 있지만, 시험이나 고시 공부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들어찬 공간이 아니라 그냥 '책'이란 '코드'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상을 즐기는 공간으로의 도서관도 나름 매력이 있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