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후반이 되니 온 유럽은 크리스마스 준비에 흠뻑 빠져든 느낌입니다. 어디가나 Jule 이라는 크리스마스를 의미하는 단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심지어 마트에서 파는 고기에도 Jule 로 시작되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특히 요즘 흐린 날이 지속되고 있고, 날도 짧아지고 있어서 더욱 크리스마스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도 더해지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영화는 'love actually' 입니다. 그 안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을 좋아합니다. 그 영화에 나온 노래들도 즐겨듣는 곡입니다. 크리스마스 감성을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지난 20년 중에서 그나마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는 'love actually' 가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의 피날레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한 학교의 강당에 모여 아이들이 하는 크리스마스 연극과 공연을 봅니다.
총리 휴그랜드의 키스 장면도 기억이 나겠지만, 예수에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와 '가재' 한마리도 기억에 남지 않습니까? 그렇게 부모들은 모두 연말을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공연으로 끝을 맺을까요?
이곳도 크리스마스 공연이 있었습니다. 한 학년이 한 반이고, 대략 스무명 남짓입니다. 총 10학년( Stage 1-10) 인데, 공연은 S1~3 3개학년 아이들이 모여서 준비를 하고, S4~6 3개 학년 아이들이 모여서 준비를 합니다. 7학년 이상은 중딩들이라 쉽지는 않나 보죠?
이번 연극 제목은 '프랑켄슈타인'입니다. 4~6학년들이 11월부터 하루 1~2 시간씩 연습을 했고, 이번주에는 오후에 리허설을 하기 위해 4시간 정도 연습을 한 것 같습니다. 5학년이 연기를 하고, 4, 6학년이 노래와 춤을 맡았습니다. 어떤 공연이 될까요?
연극은 한 시간 정도 지속되었습니다. 대사가 많았을 텐데 주인공들은 대사들 훌륭히 소화했습니다. 발성을 연습할 필요 없이 다들 마이크를 착용하고 있어 소리도 잘 들립니다. 기특하게도 연극의 조명 과 수십개에 달하는 마이크 조정을 S7~8학년들이 배워서 하더군요. 연극이 진행되는 중간중간 4, 6학년들이 단체로 나와 춤과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의 선생님도 중간에 독창도 한 차례 하셔서 박수를 받았습니다.
연극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모두 박수를 치며 훈훈한 마무리를 맺었죠. 하지만 내가 영화를 너무 심취했었나 봅니다. '러브 액츄얼리'의 피날레. 연극과 공연이 끝나고 모든 부모들은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내고, 꼬마 아이 '샘'은 사랑 고백을 하러 공항으로 갑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훈훈한 크리스마스의 결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약간 싱겁더라고요. 아직 11월 30일, 크리스마스가 1달이 남아서 그랬는지, 날이 흐려서 그랬는지. 부모님들은 평소처럼 덤덤히 박수를 쳐주고, 내려온 아이들과 담담한 포옹을 나눕니다. 특별한 노래, 흥분된 분위기 없이 평소 아이들을 사랑했던 것처럼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무렴 그렇겠죠. 다들 사람 사는 덴데 크리스마스라고 더 흥분하거나 더 감격하지는 않았겠죠? 생각보다 밍밍한 연말 공연 맛이 아쉬웠지만, 모든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는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