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Denmark

덴마크 학교의 가정통지문

오해 2024. 12. 1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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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오랫만입니다. 

1주일 만에 글을 올립니다. 이유는 모두들 짐작하시겠지만, 당연히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계엄령 선포 때문입니다. 한국에 있는 국민들 마음이야 영상, SNS로도 충분히 접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사람들 마음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국말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욕하기는 더 편하네요. 차이가 나는 것이 있다면 시차 때문에 감정선이 좀 달라진다는 겁니다.  자고 일어나면 한국 시간으로 대략 오후 4시이고유튜브를 틀면 뉴스가 쌓여 있습니다. 한국에서 저녁 8시 뉴스를 보고 있을 때가 이곳 기준으로 낮 12시. 한국보다 욕할 시간이 8시간이 많군요. 

 

한국을 잘 알거나, 다녀온 외국인들이 주변 한국사람들에게 물어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부끄러워 하고 있습니다. 

 

노래 잘하시는 올보르 시민

 

시차가 달라 생기는 문제가 하나 더 있지요. 시공간이 왜곡되어 있는 느낌을 받아요. 스마트폰 영상에선 실시간으로 탄핵 투표와 거리 시위 장면이 중계되고 있는데, 나는 도서관에서 한가롭게 캐롤 부르는 덴마크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나오는 한국은 영화 어벤져스 속 전투 같이 비현실적입니다.

 

어쨌든 1주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일상을 삽니다. 

 

애들 학교에서 오는 알림은 전용 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지, 알림, 숙제, 시간표, 선생님과 대화, 부모들과 대화도 여기서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알림 사항의 내용은 우리가 보기에 무책임한 것은 아닌데, 쿨하면서, 긍정적이기도 하고, 과한 배려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여러 감정을 들게 합니다. 한국에서 안내문에 적힌 문장 하나로 벌어지는 사태는 심각합니다. 독해력 떨어지는 부모들의 항의를 포함해서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학교에서 부모님들에게 아이들과 하나될 수 있는 기회를 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면서, 원하신 분들은 학교 티셔츠를 신청하라고 합니다. 한국 부모들은 어떻게 반응을 할까요. 높은 빈도로 티셔트 업체와의 연관성을 비토하거나 티셔츠 구매 여부와 학생 평가의 관련성, 구매하지 않아 입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 가능성에 대한 민원을 제기할 겁니다. 우리는 진지합니다. 

 

지난 주 이 퍽퍽한 상황에 학교에서 알림문이 왔습니다. 안그래도 애들이 말 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 복도에서 누군가 옷에 불을 붙혔고, 이걸 밝견해서 껐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그 방화건에 대한 알림인데 읽다가 웃고 말았습니다. 

 

학교 통지문

안녕하세요, 학부모님들과 직원 여러분,

평소 우리는 손님들을 환영하고자 노력하지만, 어제는 전혀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정오 이후 한 남성이 학교에 들어와 9학년 복도에서 코트걸이에 걸린 재킷에 불을 지르려는 어설픈 시도를 한 후 황급히 건물을 떠났습니다.

학생들과 직원들이 신속하게 연기를 감지하고 즉시 불을 꺼서 피해를 몇 벌의 재킷으로 제한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 늦게 우리는 같은 사람이 다른 두 장소에서도 유사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 학교의 빠르게 대처한 관리인이 경찰이 앞으로 있을 재판을 간단히 진행할 수 있도록 도울 비디오 자료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공유합니다.

수사 진행을 위해 지금 이 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보다 평온하고 덜 극적인 하루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같은 상황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우리가 웃음을 터트린 부분은 맨 아래 부분이었습니다. 

"We are looking forward to a pleasant and far less dramatic day today."

 

나는 이런 유머가 즐겁습니다. 

그리고 less dramatic day 를 살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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