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여행의 형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여행지, 계절, 물가가 아니라 동반자다. 동반자가 있는가, 있다면 누구인가. 여행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소는 사람이었다. 혼자 가는 여행이면 호텔, 모텔, 도미토리, 심지어 노숙을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와 여행하면 상황은 바뀐다. 아이들한테 노숙을 시킬 수도, 하루종일 굶게 할 수 없다. 이제는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가는 가족여행을 주로 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 더 편하다고 하지만, 가족끼리 여행이 많지 않았던 나에게는 가족과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가 잔뜩 쌓여 있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여행의 형태가 조금씩 변하는 재미도 있다. 작년에 안됐던 것을 올해는 할 수 있는 재미!
가족 여행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생기는 제약은 걷기나 이동 수단을 오래 탈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힘들어하니 가다 보면 쉬어야 한다. 그래서 걷기보다 택시, 버스를 찾게 되고 자주 갈아탄다면 기차, 더 빨리 가려면 비행기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하루 종일 교통수단을 타는 것도 버거워한다. 그러면 이동 거리는 4~5 시간 이내로 제한을 하게 된다. 하물며 아이들 짐이 좀 많은가.
먹는 것도 제때 먹어야 한다. 먹지 않으면 다들 지쳐 퍼져 버린다. 그래서 제때 적소에 공급하는 식사와 군것질이 필수가 된다. 나 역시 저혈당 상태에서 기분이 쉽게 나빠진다는 것을 어느새 깨닫고 난 후 먹는 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
마지막으로 자는 곳도 아무 곳이나 선택할 수 없다. 숙소가격이 저렴하다고 가성비가 좋은 것은 아니다. 주변에 상점과 식당이 있는지, 치안이 괜찮은지, 광광지 접근이 쉬운지, 결국 내가 이동하기 좋은 곳에서 자야한다. 저렴하다 해도 나머지가 맞지 않으면 결국 더 많은 여행비를 쓸 수밖에 없었다. 시내 중심권에서 선택하고 가능한 편의 시설이 주변에 있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렇게 하나둘 제약이 늘어나면 결국 휴양지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제약들도 패턴으로 만들면 훨씬 수월하게 계획을 짤 수도 있다. 지난번 이스탄불 여행이 그랬다. 시내 도심지에 숙소를 잡아 이동거리를 최소로 만들고, 다른 도시로 움직이지 않고 식사는 주변에서 해결한다!
하지만,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모험에 가깝다. 김교수님네와 이동하게 되면서 사람이 7명으로 늘어났다. 또 사람들의 기호도 다르다. 같이 즐기기에 좋지만 신경써야 할 변수들이 늘어난 것이다.
또 이탈리아의 성당, 박물관 같은 오래된 역사가 켜켜히 쌓인 곳에 간다는 것은 결국 발품을 팔겠다고 결정한 것과 같다. 초등학생 두 명과 중학생 한 명과 함께 하는 뚜벅이 여행.
하지만, 여행은 이탈리아가 아닌 올보그(Aalborg) 에서 스웨덴 말뫼(Malmö)로 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