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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여행3] 크론보르성, 루이지애나 미술관

오해 2024. 11. 1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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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에서의 여행 경로

 

 다음날 이탈리아로 출발해야 했기에 말뫼 근처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다 코펜하겐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을 감안해서 일정을 짰다. 덴마크에 산다해도 코펜하겐을 자주 오기는 힘들다. 그러니 렌트카를 이용해 코펜하겐 근처를 돌아보는 게 좋겠다고 결정했다. 말뫼에서 차를 타고 올라가 헬싱보리로 가서, 배를 타고 헬싱괴리로 가서 코펜하겐으로 내려오는 루트를 타기로 했다.

 

 미리 적자면, 이건 덴마크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수도 코펜하겐을 둘러보러 이동한 루트라 일반 여행자들이 갈만한 루트는 아니라는 생각이 다. 코펜하겐 내에서도 볼 것이 많고, 대중교통이 좋아서 굳이 렌트를 권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코펜하겐에서 말뫼로 가는 도로는 유료통행이라 8만원 이상의 돈을 내야했고, 헬싱보리에서 헬싱괴리로 차로 넘어갈 때도 돈을 내야 했다. 

 

 어쨌든 말뫼에서 출발해 약 30분간 이동하면 헬싱보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배를 타고 해협을 건너 헬싱괴리로 갈 수 있다. 이동 방법은 쉽다. 도로에서 안내하는 항구 방향을 타고 차를 진입하면 자연스럽게 톨게이트가 나오고 여기서 카드를 결제하면 된다. 그리고, 앞의 차를 따라 가서 멈추고 기다리면 된다.  약 배는 20분마다 출발하는 것 같았다. 앞 배가 출발하고 20분을 기다리자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배에 들어가는 건가? 라는 생각으로 따라가보면 생각지 않게 이미 배에 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배를 기다리고 있는 중

 

그러면 직원들이 배에서 내려도 된다는 신호를 주면, 엘레베이터를 타고 윗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그러면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이 나온다. 여기서 면세 쇼핑(나라를 이동하니까)을 할 수도 있고, 식사, 커피, 휴식 모두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원하면 바깥으로 나가 바다를 볼 수 도 있다. 

충분히 쉴 수 있다
반대편으로 움직이는 여객선

 

쉰다는 표현이 어색하게 배는 20분이면 덴마크에 다다른다. 올라오자마자 내려가 운전을 할 준비를 한다. 배가 항구에 닿자마자 출구가 열리가 차들이 하나씩 나가기 시작한다. 좁아지는 도로가 아니라 배에서 나온 그 상태로 교차로에 도착해 신호를 받게 되니 차 막힐 일이 없다. 

 

바로 근처 5분 거리에 크론보로 성(Kronborg Slot) 이 있다. 

 

 

크론보로 성은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 햄릿의 배경이 된 엘시노어(Elsinore)로이다. 덴마크 르네상스 건축의 대표적인 예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1420년대 덴마크 국왕 에리크 7세에 의해 지어진 요새였고,  16세기에 프레데리크 2세 국왕이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하면서 화려한 르네상스 스타일을 도입했다. 크론보르 성은 덴마크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던 외레순 해협의 세금을 징수하는 역할을 했고, 이를 통해 덴마크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1629년 대화재로 성이 큰 손상을 입었으며, 이듬해 크리스티안 4세에 의해 재건되었다. 이후 군사 기지로도 활용되었고, 18세기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방문객들이 성의 역사와 덴마크 왕실의 유산을 경험할 수 있다.

크론보르 성은 사각형 구조의 중세 요새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성곽과 해자가 성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방어 기능이 강화되었다. 성 내에는 웅장한 홀과 귀족들의 생활 공간이 있으며, 특히 ‘무도회장’으로도 알려진 대연회장은 북유럽에서 가장 큰 연회장 중 하나다. 성 안에는 아름다운 프레스코화와 벽화가 장식되어 있고, 당시 왕실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가구와 장식품이 남아 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크론보르 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지면서,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매년 여름, 크론보르 성에서는 햄릿 공연이 열리며, 이 성을 배경으로 한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성으로 가는 길을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다.
해자를 건너 성으로 들어간다.
옆에 보이는 것이 성복 같지만 성의 지하이고 이따 들어갈 공간이었다.

 

 성이 더 멋져보이게 만드는 이유는 성 자체보다 그를 둘러싼 해자 때문이었다. 아직도 굳건한 해자는 성이 아직도 단단하고 보호받을 수 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 했다.  마침 이날은 대포를 쏘는 행사를 하는 날이라 시간에 맞춰 가면 볼 수 있다고 해서 바로 쫓아갔다. 한국이라면 뭔가 설명이나 인사말, 음악을 곁들이고 뜸을 들인 후에 이벤트를 열겠지만, 이곳의 행사는 정말 간단하고 담백하다. 설명없이 준비하고, 설명없이 발사한다. 실제 대포알이 날아갈 줄 알았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발사 소리는 정말 컸다.

 

 

 

성 안으로 들어서니 햄릿 등장인물로 분장한 잘생긴 남자가 '웰컴'을 외쳐주면서 안내를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성 안에서 바로 교회, 실내 공간, 옥상으로 갈 수 있는 통로가 개방되어 있다.

옥상으로 가는 145개의 계단
외레순 혀협이 모두 보인다
교회
Holger Danske의 동상

 

 우리가 지하실을 찾는다고 하자, 성 앞에서 설명을 하던 햄릿은 가는 길을 알려주면서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고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라고' 말했다. 지하실은 실제로 어두컴컴했다.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움직이는 통로도 많고 어두워서 길을 잃어버릴 수 있겠다 싶었다. 지하실은 계속 길게 이어진다. 대략 10분 이상 걸렸던 것 같다. 예전에는 창고, 감옥로도 쓰였지만, 그 외 용도도 있었을 것이다.  홀거 단스케(Holger Danske 동상이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다. 덴마크의 전설적인 기사라는 그는 크론보로 성 지하에 잠들어 있는데, 국가에 위기가 나타나면 잠을 깨고 일어나 국가를 구할 것이라고 한다. 그 동상에서도 그런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것은 주차 딱지

 

성을 나와 출발하려는데, 주차 딱지가 붙어 있다. 덴마크나 스웨덴 등을 돌아다닐때 주차 표지판을 잘 봐야 한다. 위치마다 운영하는 시간과 무료 여부, 수납 방법이 모두 다르다. 물론 나는 표지판을 보고 주차를 신청해 놓았었는데, 하필 렌트차다보니 철자 하나가 잘 못 입력이 되어 어 수납을 안한 것으로 처리가 된 것이다. 여행 후 이의 신청을 하긴 했지만, 알고도 실수한 것이라 씁쓸하기도 했다.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

 

그 다음 이동한 곳은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이다. 건물 외곽만 보면 넝쿨이 뒤덮은 일반 집들처럼 보이지만 건물 안에 들어가면 여러 건물들이 계속 연결되어 큰 원을 그리고 있다. 그 안에 회화, 조각, 공간 미술, 영상 미술들이 얽혀져 있다. 건물 정원 너머로는 넓은 바다를 살펴볼 수 있다. 나는 한국에서는 몰랐다. 여기서 갔던 미술관들은 자신의 작품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또 자신들은 소장한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보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이런 미술관을 더욱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 같았다. 

설치된 영상 작품. 사람들이 진지하게 시청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아이들이 바닷가 쪽으로 나갔다가 미술관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출구로 나가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우리는 1/3 정도만 보고 출구로 나가야 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코펜하겐에서 1시간이내  버스로 올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차로 운전해도 최소 40분은 걸린다. 그런데 주차 스트레스가 심하다. 주차 스트레스와 기름값, 차량 비용을 생각하면 그냥 '코펜하겐 카드'를 써서 오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또 미술관이 그렇듯 초등학생들이 보고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최소한 중학생 이상의 여행자가 올 만한 곳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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