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투어를 하게 되면 항상 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 ‘이곳에서는 가이드 투어를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가격이 부담되니 오디오 투어를 하는 것이 나을까?’
로마의 바티칸 시국에 갈 계획을 세웠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족이 4명만 되어도 200달러가 넘어가는 비용이 된다. 입장료는 별도이니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저렴한 오디오 투어에 눈길이 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바티칸 시국을 구경할때 나는 가이드투어를 했고, 그 선택은 아주 옳았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넘쳐나는 관광객들 때문이다.
1. 최적의 동선 안내 및 시간 절약
바티칸 박물관과 시스티나 성당, 성 베드로 대성당은 매우 크고 방문객이 많아 길 잃기 좋았다. 조금만 신경을 놓쳐도 아이들이 어디있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오디오 투어는 방향 안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도가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경로를 직접 계획해야 하지만, 가이드 투어는 효율적인 동선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 줄여준다.
또 시스티나 성당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이동할 때, 가이드 투어는 가이드 전용 출입구를 통해 바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여행자(오디오 투어 포함)는 밖으로 나와서 긴 줄을 다시 서야 하므로, 시간 차이가 크게 날 수 밖에 없었다. 가이드투어는 그만한 이점이 있었다.
2. 현장 적응력과 예상치 못한 상황 대처 가능
바티칸은 매일 수천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라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특정 구역이 갑자기 폐쇄될 수 있음 (교황 행사, 수리, 이동)
박물관이 너무 혼잡해 일부 작품을 가까이서 보기 어려울 수 있음
길을 잃거나 일정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음
우리 같은 관광객은 오디오 투어를 이용하면 이러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사실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도 못하고, 의사소통이 쉽지도 않으니 오해하기도 쉬웠다. 실제로 우리가 관광했을 때에도 가이드가 이야기해주지 않았다면 피에타(Pietà)는 수리 중이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3. 핵심 포인트 요약 및 강조
바티칸 박물관에는 7만 개 이상의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전체 길이가 7.5km에 달한다. 그리고 모든 곳에 관광객들이 들어차 있어 걷는 것 조차 힘들다. 이런 환경에서 모든 것을 다 보려면 시간이 부족하므로, 가이드가 중요한 작품을 선별해서 설명해준다. 오디오 투어는 일괄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정말 중요한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가이드는 사람들의 관심과 중요한 것들만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 외에도 책이나 영상에서는 알 수 없었던 숨겨진 원작의 이야기들을 이야기해준다. 예를 들어,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은 오디오 투어에서도 소개되지만, 가이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손동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라파엘로가 자신의 자화상을 어디에 숨겨놓았는지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수 있습니다.
4. 실시간 해설 및 질의응답 가능
오디오 투어는 미리 녹음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생겨도 추가적인 질문을 할 수 없다. 반면, 가이드 투어에서는 즉시 질문이 가능하여,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가이드들은 대부분 역사, 미술사에 정통하다고 한다. 가이드계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들이 이탈리아에 모여 있다는 말도 있다. 복잡한 질문들을 명쾌하게 설명해주니 미술사가 쉽게 정리가 됐다.
5. 생생한 이야기 전달 및 몰입감 증가
오디오 투어는 정보 전달이 단조롭고 기계적인 반면, 가이드 투어는 몰입감을 높아진다. 특히, 바티칸의 역사에는 미켈란젤로, 교황들의 정치적 갈등, 르네상스 시대의 비밀 등 흥미로운 요소가 많아 전문 가이드가 들려주는 생동감 넘치는 설명이 더욱 효과적이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이 조각상은 라오콘 군상을 묘사한 작품입니다."라고 설명하는 오디오 투어와, "이 조각상은 트로이 전쟁 당시 신탁을 어기려 했던 라오콘과 그의 아들들이 뱀에게 공격당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미켈란젤로도 이 작품을 연구했고, 그의 작품에도 영향을 주었죠!"라고 설명하는 가이드의 차이는 크다.
그러니, 단순히 입장권만 구입하거나 오디오 투어만 하기 보다 반드시 가이드 투어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ps. 패스트트랙 투어와 가이드 투어의 차이점? 패스트트랙용 입장권은 2024년 기준 55유로로 일반 입장권보다 30유로가 비싸다. 일반 가이드 투어는 대부분 7시경 만나서 대기를 하고, 패스트트랙 투어는 8시가 넘어 만나 입장하는 것 같다. 결국 오전 1시간의 추가 휴식과 30유로를 바꾸는 것과 같다. 그 가치가 합당한지는 개인이 판단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