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카리예박물관 kariye로 향했다. 별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예약해 놓은 투어가 내일과 마지막 날이라 투어 때 가지 못하는 곳을 돌아보려고 했던 것이다. 그중에 그냥 눈에 들어온 곳이 외곽에 있던 카리에 박물관이었다. 편하게 우버를 불러 8km 거리를 8000원에 이동했다. 이곳은 10세기경 콘스탄티노플이던 시절 수도원에 딸린 성당으로 지어졌다고 했다.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졌고, 한동한 회칠로 덮여 있다가 다시 복원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4명 입장료가 12만 원이었다. 그것도 1달 전에 받기 시작했단다. 관광지에 간 것까진 좋았으나 작은 성당 입장료가 Major관광지 입장료가 같다는 것이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Google map에서도 평가가 1달 전부터 곤두박질친 것이 이제 들어왔다. 다시 깨달았다.
교훈 2. 어디를 가든 최근 평점을 보고 가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성당을 나와 걷다가 테오도시우스 성벽을 발견했고 따라 걷다가 텍푸르 궁전 박물관(Tekfur Sarayı Müzesi)으로 왔다. 날씨가 좋았고 높은 곳에 있어서 성벽도 잘 보일 것 같았다. 경치가 좋았고 무엇보다 50리라(2000원)라는 아주 현실적인 가격이 마음에 들었다. 성안의 구조와 이곳에서 만들었던 도자기들이 있었고 옥상에 올라가면 시내를 내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내가 우연히 Balat 지역의 집들이 예쁘다는 리뷰가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 곳곳에 고양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발 아프다고 투덜대던 아이들은 고양이를 만나면 자석처럼 끌려갔다. 이곳의 고양이들은 모두 개냥이였다. 도착한 Balat 거리는 뜻밖에도 골동품점들과 핫한 카페와 기념품점이 즐비했다. 전주의 객리단길, 서울 인사동과 비슷하지만 로컬 거리의 느낌이 나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목이 말라 들른 마켓에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시내 한복판과 물가 차이가 어느 정도로 극심한지 말이다. 아침 아내가 시내에서 칫솔을 사려고 했을 때 만원을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곳 마트에서 2500원을 받았다. 싼 음료수 가격에 감탄한 우리는 먹고 싶은 대로 사 먹었다.
교훈 3. 시내에서는 정찰가격도 바가지다.
오후에는 고고학 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터키의 주말 교통 체증 속에 우버를 타고 에어컨 없이 40분 넘게 이동했다. 그래도 200리라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팁을 얹어 계산했다. 에어컨 없어 더위를 먹을 것 같아 커피를 마시러 갔다. 아이스커피는 시원했다. 덴마크에 오고 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처음 먹어본 것 같다. 지쳐있던 기운이 많이 나아졌다.
고고학 박물관으로 가면서 아야 소피아를 지나게 되었다. 옆 면만 봐도 범상치 않다. 손목만 봐도 올림픽 금메달 역도 선수인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촉박해 달려간 고고학 박물관 입장료도 4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 오후 5시경 입장해서 7시 30분에야 나올 수 있었는데, 그리스-로마 불상을 보다가 1.5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나머지 유물을 볼 시간을 많이 놓쳤다. 무덤, 장신구, 보물, 생활용품 등등, 트로이 시대별 유물의 변화도 흥미로웠다. 조각상처럼 나머지를 본다면 하루 내내 봐야 했을 것이다. 이곳 유물들은 대충 봐도 기원전 5~6세기, 20~25세기는 되었다. 계속 보다 보니 기원전 유물이 이렇게 흔한 것인가 싶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곳 박물관은 세게 4대 고고학 박물관 중 하나였다고 한다.
나와보니 배가 고프다. 숙소로 돌아가 먹기가 애매한 시각이다. 정신없이 식당을 찾았다. 바닷가로 내려가보려고 했는데, 호객꾼이 잡아 세운다. 고급 레스토랑인데 테라스에서 바다를 볼 수 있어 경치가 좋단다. 가격이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아 고민하다가 들어갔다. 경치는 괜찮았다. 바다와 아야 소피아가 보인다. 그러나 가격이 영 불편하다. 8천 원짜리 케밥을 3만 원에 먹는 것도 불편하고, 연어스테이크를 4만 원에 먹는 것도 불편하다. 아까 봤던 다른 레스토랑에서 맥주 두 잔과 피자가 3만 원이었으니까 여기가 비싸긴 하다. 16만 원을 결제를 하고 나오는데, 문득 후회가 든다. 혼자라면 이런 곳에 안 왔겠지. 가족이 느낄 감정만 생각하다 보니 객관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 유독 이때 기분이 나빴던 이유가 아침부터 계속 비슷한 느낌을 받아왔기 때문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카리예 박물관 입장료와 시내 물가가 신경 쓰였고, 그 불쾌함이 오후에도 남아 있었던 것이다.
교훈 4. 호객에는 이유가 있다.
트램과 버스를 타고 숙소로 왔다.
방에 들어와 맥주와 물을 마시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