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살면서 해외여행을 하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소 묘한 감정이 드는 일이지만 주말을 틈타 터키, 이스탄불에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막상 해외여행을 준비하자니 준비할 것이 많지 않았다. 두 달 전 트렁크 10여 개를 짊어지고 덴마크로 들어왔던 경험이 있는 터라 트렁크 2개를 준비하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냥 국내 여행을 하는 느낌?
다만 밤을 새는 비행애 자가 환승, 저가 항공사를 이용한다는 것이 불안했을 뿐이다.
집에서 저녁 6:50분에 나왔는데 공항에 7:17에 도착했다. 생각해 보니 집 위치가 정말 좋은 편이다. 100여 미터를 걸어가 버스를 탔고 20분이 걸리지 않아 국제선 공항에 도착해 짐을 맡기다니...
짐 맡기기, 출국 보안심사, 탑승구 이동까지 모두 빨리 끝냈지만 문제는 항공사-라이언 에어였다. 저녁 8:50분에 출발해야 하는 이 비행기는 탑승구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도 들어오지 않았다. 출발 시각 20분 여가 지났을 때 미끄러지듯 들어온 비행기는 우리를 태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짐을 내렸다. 출발 전 지인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다. 짐을 내리면 보안 검색과 청소를 또 하겠지? 그렇게 30분을 더 보내고 나서야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하나 신기했던 것은 유럽의 저가항공은 비행기에 탑승할 때 승무원이 좌석 확인이나 안내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비좁은 실내로 밀려들어가는 사람들의 피곤한 모습에서 비행기가 아니라 야간버스를 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비행기는 출발했고, 밤 11시가 넘어 1시간을 비행했을때 나는 체념했다. 밤 11시 50분에 런던 스텐스테드 공항에서 다시 이스탄불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당장 비행기가 도착한다 한들 런던의 악명높은 입국수속, 짐 찾기, 다시 체크인, 짐 맡기기, 출국수속을 시간 내에 할 수 없었다. 런던 공항에서 우리 가족이 버려지는군!
다만 들었던 생각은 덴마크 시간대에서 영국 시간대로 이동한 것이 비행기 표에 반영이 되어 있는가였다. 11:50분이 덴마크 시간대 기준이면 망한 것이고, 영국 기준이면 희망이 있다. 1시간을 버는 셈이다. 결론적으로는 영국 시각이 맞았다. 공항에 비행기가 내리면서 확인 한 시간은 1시간이 당겨져 있었다. ‘80일간의 세계일주’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났다.
나머지도 운이 따랐다. 스텐스테드로 입국했던 지인은 2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들어갔을 때 모두 전자입국심사대로 바뀌어 있었다. 짐을 찾고 나오자마자 환승할 항공사 카운터가 바로 옆에 있었다. (체크인 카운터가 출국장에 붙어 있을 정도니 유명한 저가 항공사가 맞겠다). 바로 짐을 맡기고 들어가자 탑승 10분 전에 탑승구까지 갈 수 있었다.
이스탄불행 페가수스 항공기는 시간을 꽉 채우고 12:30분에 출발했다. 페가수스 역시 승무원들은 승객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인생에서 가장 긴 밤 중 하나였다. 좌석 간 간격이 좁아 무릎이 앞 좌석에 닿는다. 돈을 내지 않은 가방은 선반에 올릴 수 없어 발아래 둬
야한다. 좌석은 뒤로 젖혀지지 않는다. 수십년전 좌석버스에 앉은 느낌이랄까. 그 상태로 4시간 동안 비행했다. 그야말로 앉아서 자야 했다. 30분마다 잠을 깼다 들었다를 반복하며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날이 밝아 있었다. 짐을 찾아 나온 시각은 오전 6:30분이었다.
아이들은 그나마 잠을 잤는지 기운이 좀 있어 보인다. 다들 배가 고파해서 공항 1층 맥도날드에 들렀다. 빅맥세트 가격이 12000원 정도 한다. 이렇게 햄버거가 싸도 되는 거야? 이 정도면 덴마크 반 값이다.
당장 정보를 취합해야 하기에 공항에서 유심을 하나 사고 버스를 골라탔다. 공항 유심이 시내보다는 비쌌던 것 같다. 1주일 20GB에 4만원 정도, 50GB에 4.5만원 정도였다. 나중에 시내에서 파는 유심은 공항보다는 쌌지만, 여전히 공항보다 비싼 곳도 있기는 했다.
얖 자리 캐나다 여자가 말을 붙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