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1시간 반 정도를 자고 났더니 상태가 좀 더 나아진 것 같지만, 좋지 않다. 숙소로 예약한 탁심 거리의 골든 에이지 호텔은 하바버스(Havabus; 공항버스)에 내려 모퉁이를 돌아 바로 있었다. 아침 10시가 갓 넘은 시각에 하루종일 돌아다닐 기운이 나지 않아 얼리체크인을 하려고 했으나 아직 방이 빠지지 않아 돌아 나왔다. 환전을 하고 아내 유심을 샀다. 커피를 마시러 구글지도에 표시된 감성 카페 같은 곳에 들렀는데 약간 분위기가 이상하다.
주인이 어리숙해 보이고, 손도 빠른 것 같지 않다. 평점도 별로 없다. 가장 별로였던 것은 메뉴판에 가격을 아예 적어놓지 않은 것이다. 아내 말에 따르면, 음료값을 많이 받으려고 해 인터넷에서 작년 메뉴판 가격을 보여주니 조금 적게 받았단다. 인플레이션이 심한 나라니 이해할 법 하나 이런 가게들이 흔하지도 않았고, 평가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깨달았다.
교훈 1 - 이스탄불에서는 가격이 적혀 있지 않으면 가지 말아야 한다.
내가 돌아다니고 있는 탁심 광장은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역과 남대문시장 사이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 최신식 건물들이 있고 골목 사이로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건물들 특성은 유럽에서 봤던 것과 비슷하다. 아마도 이곳이 유럽을 반영한 신시가지 쪽이어서 그런 것 같다. 고층 빌딩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물은 유럽스타일의 전형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고 가로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서울과도 비슷하면서도 유럽건물이 있으니 이질적이지만 익숙한 모양이다.
갈라파 탑으로 가보기로 했다. 이스탄불 교통 카드를 구입해 전차에 올라탔다.
인종, 미인, 고양이가 많다. 기념품 가격은 (덴마크에 비교해) 저렴해 보인다. 아이들이 기념품을 보고 흥분했다. 고양이를 보고도 흥분했다!
메흐메트 2세의 콘스탄티노플 공격하면, 갈라파 탑이 떠오른다. 이스탄불에 가면 꼭 가야할 것 같은 곳이다. 하지만 입장료가 30유로가 넘었다. 가격이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이스탄불을 눈에 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나중에 다시 올라가보기로 했다. 점심은 갈라타탑 아래 쪽에 있던 Galata lily cafe restaurant에 가서 먹었다. Adana kebab, Iskender kebab, Happy goat salad와 터키차(홍차)를 시켜먹었다. 서준이는 Adana kebabl이 맛있었나 보다. 얇게 썬 양고기와 소스, 요거트가 아주 어울렸다.
베이욜루 거리를 돌아다니다 피곤함을 감출 수 없어 숙소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옥상의 작은 실외수영장으로 뛰쳐 올라갔다. 나도 물에 몸이라도 담궈보고 싶어 올라갔다. 서준이 또래의 노란 머릿결을 가진 여자 아이가 대뜸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Are you Japanese or Chinese?’
한국인이라고 대답하자 얼굴이 확 밝아진 아이는 한국말로 자기를 소개했다. Kamand라는 아이. 서준이보다 한살이 많지만 한국을 좋아하고, 노래와 드라마를 좋아한단다. 우리를 바라보는 눈길에서 하트가 쏟아져 나와 오히려 부끄러웠지만 물놀이를 하며 조금씩 친해졌다. 이란 태생인 이 친구는 가족과 사촌가족이 함께 터키로 해외여행을 왔고, 여기에 와서 수영을 할 수 있어 즐겁다고 했다. 아이 아버지가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20년 전에는 이런 일을 상상을 못했다며, 애들이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미친 것(Crazy) 같다며 웃었다. 나 역시 이런 상황이 어색하다고 했고, 아이 이메일을 물어봐서 나중에 이메일로 연락하기로 했다.
호텔 모퉁이에 한식집 ‘태백’이 있었다. 지난 하루가 고생스러웠던 우리는 그냥 한식을 먹기로 했다. 덴마크에서 찾기 힘들었던 낙지볶음, 김치찌개, 떡볶이, 통닭을 시켜 먹었다. 한국인이 조리하지 않는데도 충분히 맵고, 감칠 맛이 났다. 물이나, 음료수 가격은 덴마크와 비슷해서 최소한으로만 마셨고, 나머지는 호텔 앞 마트에서 구입해 마셨다.
330cc 물 한 병이 4000원, 콜라 한 캔이 5000원이면 누구나 그렇게 할 것이다.
해 저문 탁심 거리에는 탁심 모스크에서 빛이 쏟아져나왔고,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돌아다녔다.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