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오래 다니고, 교수 직함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피렌체의 철자는 Firenche 가 아니었고, Florence와 같은 말이라는 것을 40살이 넘어서야 할게 되다니. 이곳은 영화 ‘인페르노’가 시작되는 도시기도 하지만 ‘냉정과 열정사이’에 나오는 무대이기도 하다. 젊을 적 영화에서 보인 석양 속 피렌체는 꿈속 도시인 듯했다.
이른 시간부터 우피치 미술관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10분 정도를 걸으면 되었기 걸어서 Piazza della Signoria (시뇨리아 광장)까지 걸어갔다. 산타 트리나라 다리를 건너며 아르노 강을 바라본다. 아르노 강의 빛깔은 누런 황톳빛이었다. 바로 옆 베키오 다리가 보인다. 무의식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특이한 다리의 모양과 다리 위해 사람이 사는 집들이 더덕더덕 붙어 있어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또 다리에 여러 층들이 있었다. 저기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 궁금증은 투어를 돌면서 풀리게 되었다.
8시가 안 되는 시간 아직 날은 흐리고 시뇨리아 광장은 조용했지만 군데군데 사람들 무리가 보였다. 광장 구석에 한국인들이 모여 있었고, 그 팀이 우리가 속할 투어팀이었다. 약간 키가 작은 중년 여성이 오늘의 가이드였다. 가이드는 몇몇 관광 순서와 중요사항을 알려주었고,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하는 것으로 관광을 시작했다. 나중에 적어야 하는 것이지만, 투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가이드에게 칭찬이 아닌 감사와 존경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그간 만나본 투어의 가이드들은 대부분 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심하게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맛집, 물건 정보만 전달했다. 그런데 이 가이드는 5시간 내내 큐레이터처럼 박물관을 휘저으며 작품을 설명했다. 전시된 작품의 한 2% 정도 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사와 작가, 작품의 배경, 특징뿐 아니라 붓 끝에 들어가는 터치와 본인이 느끼는 미묘한 감정까지 방송인의 목소리톤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를 다 보고 기념품샾에서 보이는 박물관 전시품 카탈로그에 내가 5시간 동안 봤던 모든 작품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우피리 미술관으로 걸어가면서 건물에 만들어진 르네상스 시절 한 끗발을 날렸던 사람들의 동상을 하나씩 스쳐 지났다. 미술관에 입장했을 때 나는 먼저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고, 중간에 화장실을 갈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나서 '얼마나 작품이 많길래 겁을 주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엘리베이터(심지어 피렌체에서 100년 이전 처음 설치된)에서 내리자마자 깨달았다.
온 복도와 방이 각종 조각 와 그림으로 가득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