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lborg 11

북유럽의 겨울을 버티고

북유럽에서 보내는 일상 중 가장 힘든 것은 '짧아지는 낮'이었다. 지난 20년간 나는 날씨와 '낮 길이'에 대해 신경써본 적이 없었다. 밤낮이 바뀐 삶이었고, 형광등 아래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다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추위와 폭염, 장마와 태풍 외에 신경을 꺼두고 산다. 해가 짧아졌다는 것을 느끼지만, 내 일상과 인과 관계는 별로 없다. 그러니 무덤덤해진다.  시간과 계절을 버리고 살다 순응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면 당황하게 된다. 하루에 일출, 일몰 시각이 3분씩 짧아지니까 20일이면 2시간이 된다. 8월에는 5시에 일어나도 해가 중천이었는데, 이제  아이들이 등교시간인 8시도  한 밤이다. 그런데도  날은 매일매일 더 ..

In Denmark 2025.01.21

Italy tour 14 - 피렌체 여행- 시뇨리아 광장, 단테의 집, 두오모 그리고 곱창버거

이제 피렌체를 정리해야겠다. 우피치 미술관을 나와 베키오 다리와 다리에 있던 보석가게들을 구경하고 우리는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으로 다시 돌아왔다. 건물들은 과거에 영광과 갈등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모조 다비드상과 다른 조각상 그 위치에 앴는 의미가 있었다.  베키오 궁(Palazzo Vecchio)을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일정 때문에 다음 기회로 방문을 미루기로 했다. 피렌체를 한 번은 다시 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라파엘로가 감동했다는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의 전쟁화를 볼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베키오궁 뒤에 있는 건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았다는 집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한다. 새삼 이 나라에 있는 건물들의 나이를 다시 ..

Italy tour 13 - 우피치 6: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카르바조

안녕하세요. 지난 1개월간 엄청 바빴었네요. 탄핵 이후 여유 시간의 절반은 한국 뉴스를 보면서 분노하는데 쓰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시간은 시간에 쫓겨 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아직 블로그는 우피치 미술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네요. 오늘 우피치 미술관에서 나올 예정입니다. 마지막입니다.  원작을 현장에서 그대로 만났을 때의 감동을 우피치 미술관에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설명을 하시는 해설사의 역할도 중요했지만, 사진으로 보는 작품은  그대로의 모습, 작품의 존재를 증명한다면, 현장에서 보는 작품은 존재의 의미를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수백년 전 작가가 그려낸 붓자국과 물감의 질감,  사진과 다른 색감, 그러면서도 바랜 느낌과 물감 갈라짐에..

연말 초등학교 연극을 보러가다

11월 후반이 되니 온 유럽은  크리스마스 준비에 흠뻑 빠져든 느낌입니다. 어디가나 Jule 이라는 크리스마스를 의미하는 단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심지어 마트에서 파는 고기에도 Jule 로 시작되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특히 요즘 흐린 날이 지속되고 있고, 날도 짧아지고 있어서 더욱 크리스마스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도 더해지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영화는 'love actually' 입니다. 그 안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을 좋아합니다. 그 영화에 나온 노래들도 즐겨듣는 곡입니다. 크리스마스 감성을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지난 20년 중에서 그나마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는 'love actually' 가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의 피날레에 해당하는 ..

In Denmark 2024.12.01

덴마크의 골프장에 한국인이 갈 수 있을까?

어제는 덴마크 북부의  Bronderslev golf klub 에 다녀왔습니다. 이것이 골프 클럽 하우스인데, 보다시피 아담한 사이즈입니다. 그렇지만 27홀의 정규홀에 9개의 pay&play 홀, 총 36개 홀을 가지고 있는 한국으로 치면 대형 골프장입니다.   최근 계속 날씨가 흐렸는데, 생각지도 않게 구름이 걷혀 햇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온도는 10도 언저리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오히려 덥다는 느낌까지 주는 좋은 날씨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나는 이곳에서 골프를 무료로 칠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이곳의 회원이 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 회원이 되기로 결정하자 겨울 라운드를 무료로 할 수 있게 처리해줬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아직 10~30만원에 골프 치는 것을..

In Denmark 2024.11.15

11월, 흐린 날

북유럽과 덴마크 여행자로서 날씨는 여행기간에만 중요하겠지만, 이곳에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에게 이곳의 날씨는 대단히 큰 흥밋거리입니다. 7월에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날씨가 변할 때마다 '와!'를 외쳐왔지만 지금도 놀라움은 매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에 지내며 한국의 날씨에 대한 느낌도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더 심해졌지만 겨울 영하 20도, 여름 40도에 이르는 온도, 하루에도 20도가 넘게 변하는 온도,  봄에는 황사와 먼지, 초여름에 장마, 겨울에 한파와 폭설로 지나는 한국의 날씨를 아무렇지 않지 않게 살아왔습니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계절을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이번 주는 내내 흐린 날이 지속되었습니다. 나는 40년간 흐리고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계속 ..

In Denmark 2024.11.10

[이탈리아여행기1] 여행을 떠나며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여행의 형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여행지, 계절, 물가가 아니라 동반자다. 동반자가 있는가, 있다면 누구인가. 여행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소는 사람이었다. 혼자 가는 여행이면 호텔, 모텔, 도미토리, 심지어 노숙을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와 여행하면 상황은 바뀐다. 아이들한테 노숙을 시킬 수도, 하루종일 굶게 할 수 없다. 이제는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가는 가족여행을 주로 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 더 편하다고 하지만, 가족끼리 여행이 많지 않았던 나에게는 가족과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가 잔뜩 쌓여 있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여행의 형태가 조금씩 변하는 재미도 있다. 작년에 안됐던 것을 올해는 할 수 있는 재미!   가족..

덴마크 도서관은 뭔가 다르다

오늘도 날씨가 흐립니다.  날도 흐리고 기온이 좀처럼 높지 않으니 할 수 있는 활동에 조금씩 제약이 생깁니다. 이런 날은 집에서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여기 함께 계신 교수님과 책을 쓰기로 하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가 문득 환경을 바꿔보고 싶어 생각하다 도서관에 가기로 했습니다. 간단히 여기 도서관을 살펴볼까요? 3개월 전 도서관의 존재를 알고 찾아가 보았을 때 도서관을 찾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지도에 나온 도서관이 꽤나 커보였는데도 그랬죠. 알고보니 Magasin 이라는 큰 쇼핑센터에 바로 붇어있었고, 차량 지나는 터널 위에 지어졌는데 좌우로 길이도 길어 입구를 찾지 못한 거 였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크리스마스 전구들을 입구에 붙여놨네요...

In Denmark 2024.11.08

날씨는 흐림, 써머타임, 할로윈

여전히 날을 계속 흐립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이게 북유럽의 날씨였는데, 몰랐어요?’라고 묻는 듯한 흐린 날을 계속 보고 있습니다. 간혹 햇빛이 구름 사이에서 잠시 나오기도 하지만 금방 숨어버립니다.  지난 몇 달이 그렇게 과하게 맑았던 것일까요. 그 날만큼 앞으로는 계속 흐린 걸까요? 수년동안 계절과 날씨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살다보니 이제는 바람, 해, 밤, 기온차, 해 뜨고 지는 시간 같은 것들이 확 와닿는 느낌입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변화가 심함을 느낍니다. 매일 해 지는 시간이 2~3분씩 짧아지면, 1달이면 1시간이 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로마에 다녀오기위해  10일간 이곳을 비우고 나서 도착한 지난 주는 더 체감이 심했습니다. 오전  8시 직전에 애들이 학교에 가는데, 밖이 ..

In Denmark 2024.11.01

학교 달리기 대회

https://fb.watch/uKB49NJRUw/  덴마크에 살며 신기하게 보이는 것은 물가나 행정처리같은 표면적인 것들도 있지만,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더 신기하게 보일 때가 있다. 한국에서는 시큰둥하게 반응하거나 지루한 혹은 쓸데없는 이벤트로 평가 받을 것들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그것 중 하나다.  애들 학교에서 1달 전부터 Skipper run 이라는 달리기 행사를 열 거라고 알려왔다. 학생은 참석해서 2.5, 5, 7.5km 중 한 코스를 뛰어야 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참석해도 무방하며, 학생, 가족 단체티를 맞춰 뛰라면서 신청을 받았다. 중학생 딸은 성장 단계에 맞춰 토낄 생각을 하고 있었고, 기대 안한 아들은 달리기를 잘 하겠다며 주말에 트랙에 가는 의욕을 보였다. 의외의 노력에 고무된 나는..

In Denmark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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